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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MD노트북을 구글에서 검색하다 내 예전 포스팅이 나와서, 정말 나 말고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정보를 열심히 기록해 둔 것에 좀 감동. 미래의 나에게도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 3년 반이 지난 지금의 셋업도 기록해 둔다.

책상 위 : 불렛저널 하나(변동없음), 9인치✕12인치 스케치북 하나(권수 줄었음), 이제 레터사이즈 종이들은 없음

이전처럼 널부러뜨려 놓는 방식의 문제는 썼던 걸 찾아야 할 때 어디다 썼는지 기억을 못한다는 것이라, 그럴 바엔 아예 입력루트를 줄이기로 했다. 지금은 손글씨 입력은 불렛저널 아니면 스케치북 딱 둘이다.​

저널 : 미도리MD노트북 A5모눈내지

계속 불렛저널 형식으로 쓰고 있다. 거의 7년을 계속 하고 있는 걸 보니 이게 손에 딱 맞긴 한가보다. 다만 포맷은 자주 업데이트되는데 이건 쉽게 질리는 성격 때문인 것 같다.

예전 포스팅의 알리익스프레스발 A6노트는 다 쓰고 재주문했다가 업체의 배송실수(동일업체의 다른 제품을 보내줌)와 제품의 낮은 퀄리티(가장자리 커팅이 일정치 않고 모눈 진하기가 유지가 안됨)에 실망해, 그냥 균일한 고퀄리티를 위해 몇천원 더 내기로 하고 이 쪽은 포기했다. 이후 B6사이즈 크기의 매력에 끌려 2년쯤 스탤로지 B6를 쓰다 최근에 A5로 갈아탔다.

18년부터 업무용 다이어리를 회사 책상에 놓고 불렛저널과 별도로 써왔는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업무용 다이어리와 불렛저널을 책상 위에 둘 다 놓고 썼더니 입력루트가 많아 혼잡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입력루트 통합을 위해 사이즈를 키우고 포맷을 바꿔 업무내용을 쓸 자리를 따로 마련했다(아래 사진). 매주 회사 타임카드를 입력할 때 페이지를 후루룩 넘기면서 업무 칼럼만 보는 식으로 쓰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만족스러운 포맷이다. A5는 가지고 다니기엔 조금…쬐금 부담스러운 크기지만, 애초에 걸어다니며 기록할 일이 없는 차량이동 위주의 LA 특성과 요즘의 판데믹 상황(카페조차 잘 안 감+재택근무라 회사 주위를 걸을 일 없음)을 생각해 보면 할 만할 것 같아서 일단 시도해 본다.​

노트커버: 헤비츠 A5 베이직 노트커버(뷰테로)

2017년에 구입해서 학교 노트필기용으로 열심히 쓰다가 졸업 후 책꽂이에서 잠자던 녀석을 다시 꺼냈다. 단순하고 튼튼하고 상처가 많아 맘편히 굴릴 수 있고, 더할나위없다. 이전 포스팅에서는 잠금장치가 중요했지만 얘는 손에 들고 다닐 목적이 아니라 책상용이라서 잠금장치가 없어도 오케이. 구입 후 겉을 햇볕에 구우려고 기름을 먹이던 중이어서 17년도 사진은 얼룩덜룩해 보인다.​

펜/잉크: TWSBI 다이아몬드 AL 미니 EF닙/플래티넘 피그먼트잉크 세피아+카본잉크 블랙 믹스

유니 시그노 0.38을 일년에 한 번씩 10개들이 박스로 산 지 7년차, 이번에도 한 박스를 다 써서 새로 주문하려다가 문득 이럴 바엔 0.38에 근접한 세필 만년필이 있는 게 장기적으로 절약도 되고 플라스틱도 덜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만년필 서치에 들어갔다. 만년필에 처음 눈독을 들였던 건 정말 오래 전이고(한 2010년…?) 그 때의 영향으로 플래티넘 카본펜과 인디그래프 만년필도 편하게 써오고 있었지만 둘 다 필기용으로는 조금 아쉽다.

  • 플래티넘 카본펜은 저렴하고 잘 써지지만, 그립감이 나쁘고 종종 뚜껑 안에서 잉크가 넘쳐서 방수성잉크를 손에 칠하게 된다.
  • 인디그래프 만년필은 피드가 안 막히게 도와주는 워터챔버가 붙어있는 훌륭한 구조지만, 펜뚜껑에 클립도 없고(클립은 바디에 있음) 펜 뒤에 꽂을 수도 없어서 손에 쥐고 있지 않으면 책상에서 굴러다니게 된다. 집안에서 쓰니까 아직 괜찮은 거지 밖에서 이러면 나는 백퍼센트 언젠가 뚜껑을 잃어버릴 거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그노 0.38을 대체할 만한 세필/그림 그릴 때도 괜찮을 만큼 모든 각도의 스트로크가 잘 나오는 닙/매일 꺼내쓰기에 자잘한 불편함이 없음, 이 세 가지를 목적으로 뒤져서 TWSBI 다이아몬드 AL 미니와 파일롯 프레라를 들였다. TWSBI 미니는 잉크가 빵빵하게 들어가고 파일롯 프레라는 버터처럼 부드럽게 써져서 둘 다 마음에 든다.

잉크는 좀 시행착오를 거쳐서 안착했다.

  • 처음에는 집에 있는 누들러 그레이(내수성)를 써봤는데 TWSBI미니도 프레라도 이걸 먹으면 촥촥 번지는 선을 내는 걸 보고
  • Rohrer & Klingner의 브라운올리브?색 드로잉잉크(내수성)를 사봤지만 이것도 번졌고
  • 프레라와 파일롯 카트리지잉크 조합은 펜끝에서 글씨가 안 번지는 것에 주목해 필기용으로 평범하게 좋다는 워터맨 블랙잉크(내수성 아님)를 사봤다가 이게 펜끝에서는 안 번지지만 땀이 많이 나는 저주를 받은 내 손에 닿으면 촥촥 번지는 걸 확인하고 포기
  • 최종적으로 플래티넘 카본펜을 쓰면서 이미 퀄리티가 증명된, 내수성이고(중요) 펜끝에서 번지지도 않지만(중요) 펜 세척을 몇 달 깜박하면 피드를 막아버릴 수 있어 어지간하면 안 사고 싶었던(그리고 몇 달 깜박하는 건 내겐 일도 아님)…서론이 긴…플래티넘의 세피아잉크를 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이게 세피아인지 레드브라운인지 싶을 만큼 채도가 높고 쨍해서 갖고 있던 블랙카트리지를 뜯어 섞어 톤을 낮춰버렸다. 그리고 펜 세척 일정을 1개월 1회로 캘린더에 등록해 놨다…

이상 잉크 테스트하는 데만 TWSBI 미니 값만큼이 들어버렸다. ^-T

잉크와 펜 조합은 참 이상하다. 인디그래프는 다른 펜에서는 번지는 누들러 그레이나 R&K를 먹어도 가늘고 연한 선을 뽑고, 프레라는 워터맨 잉크로는 완벽한 필기가 되는데 플래티넘 잉크를 먹으면 좀 삐그덕거린다. 만년필은 무서운 취미야…더 이상 깊게 들어가지 말아야겠다.

소박한 콜렉션. 왼쪽부터 파일롯 프레라 이로아이 F닙+플래티넘 잉크믹스, TWSBI 미니 EF닙+플래티넘 잉크믹스, 인디그래프 EF닙+누들러그레이, 파일롯 프레라 F닙+워터맨 블랙. 지금은 TWSBI 미니가 주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