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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은 4월 중순에 캘리포니아 트위터/인스타 탐란을 달군 포피 트레일. 친구들과 갔더니 예뻐서 아티스트 데이트하러 혼자 한 번 더 다녀옴.

작년 12월부터 2월까지 <아티스트웨이>라는 책의 12주짜리 1인 창조성 워크샵을 진행했다. 이 책을 처음 사서 읽은지는 몇 년 됐고 이 책의 주요 아이디어 중 하나인 모닝페이지는 3년인가 4년째 써오고 있지만 워크샵을 제대로 일정에 따라 진행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요지는 모든 사람은 창조성을 가지고 있으며 창조성을 발휘하는 것은(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상태이고, 그것을 발휘 못하고 있다면 창조성이 막혀있는 것이므로 회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숙제는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 3페이지 쓰기(나는 한국어로/작은 글씨로 쓰기 떄문에 임의로 A5노트 1페이지로 줄여서 쓰고 있음. 오래 해본 결과 내 적정량은 1페이지와 한두 줄 정도다)와 1주일에 한 번 아티스트 데이트(자신 안의 아티스트와 단둘이 데이트하기=혼자놀기), 이 두 가지이고 매주 추가질문과 숙제리스트가 있다.

책의 대부분의 내용에 동감하면서도 이 워크샵이 정말 도움이 될지는 확신을 갖지 못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로…도움이 됐다. 도움이 되긴 했는데 어디가 어떻게 도움이 됐는지 설명하긴 어렵네…그러니까 상처입고 움츠러든 과거의 자신을 쓰다듬고 안아주는 12주의 과정…이라고 하면 정신상담같이 들리는데 혼자서 하는 거니까 뭔가 상담은 아니고, 어린 자신과의 대화를 꾸준히 해나가면서 아이구 힘들었지, 응응 그랬지, 어우 그거야 그래 잘했어 하고 부둥부둥해주는 일련의 과정이랄지…그런데 자세한 사례를 들기에는 아직 회복이 덜 돼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개할 정도는 아니고. 여튼 그런 게 나한테 필요했었다는 걸 진행하면서 깨달았다.

그래서 모닝페이지는 계속 쓰고 있고, 아티스트 데이트도 되도록 매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새로 시작한 것은 내가 내 그림에 스스로 건 족쇄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것이다. 뭐든지 작업을 할 때 이건 아니라고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게 많다는 걸 깨닫고 시작한 작업이다. 예컨대 배경 없이 캐릭터들만 덜렁 그리면 안된다라든가, 스케치북은 자유롭게 영감을 피로하되 아주 멋져보여야 한다든가(어쩌라고?!)…때로는 옳은 말이고 그림실력에 채찍질을 가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이 있는 것도 많지만(사실 대부분이지만), 이런 소리들이 펜을 잡을 때마다 전부 머릿속에 재생되면 아무것도 시작을 못하는 게 당연하지. 그래서 하나씩 뮤트하는 중이다.

이런 회복의 과정들이 내 그림에 티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작업 자체를 적게 하니까 티가 날 겨를이 없기도 하고.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가짐은 점점 가벼워지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소리까지 뮤트돼서 그림을 아예 안 그려버리는 거 아냐? 그렇게 되면…뭐 그건 그것대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동인활동 시절부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작업을 해야 한다, 잘 그리기 위해 연습해야 되는데 안 하고 뭐하냐는 고함을 내내 머릿속에서 들어왔는데 그게 꺼지면 되게 개운하지 않을까? 사실 천천히 볼륨이 낮아지고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