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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이야기책. 닐 게이먼의 최신작. 같은 시대를 산다는 것에 감사하는 작가가  몇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닐 게이먼임(다카노 카즈아키도 포함됨). 신작이 나올 때마다 제시간에 읽을 수 있다는 기쁨ㅜㅜㅜㅜ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재미있었다. 다만 영화화할 거라는데 개인적으론 영상이 전혀 기대가 안 됨.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사실은 이런저런 외양일 텐데 내게는 이렇게저렇게 보였다’ 따위의 묘사를 많이 써서도 있고, 상상력을 글로 자극하는 것이 이 소설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시밞놈의 샌드맨 영화화 좀 포기 못하겠냐

게이먼의 살짝 비딱한 상상력이 좋다. 주인공의 목구멍에서 침과 피가래로 범벅된 1912년도 동전이 나온다든가(사실은 최근에 만들어진 거였지만), 주인공의 발바닥에 난 작은 구멍에 대한 묘사 같은 것. 아주 평범한 척하면서 비범한 것을 만들어내는 재주에 항상 감동한다.

번역이 어땠는지 ㄱ님께서 물어보셔서 적자면, 워낙 흥미진진한 얘기라 초스피드로 독파하는 바람에 처음엔 번역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이 감상글 쓰면서 다시 넘겨보니 음…그냥 되게 영미문학 번역체 같다(번역은 송ㄱ아씨. 듣기로는 영문학 쪽 번역을 대량으로 하는 분인 것 같던데 맞나?). 그래서 그냥 킨들을 통해 원서를 구입하기로 했다…내용을 대충 아니까 이 쪽이 훨씬 낫다. 영단어도 어렵지 않고. 다만 읽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까지가 문제지.

체력이 부족하여 단정하고 긴 감상문을 못 쓰는 것이 아쉽지만 이야기책에 대해 감상문을 써봤자 ‘재미있었다’ ‘몰입해서 읽었다’ 좀 길게 쓴다치면 캐릭터썰 구조분석 이런 거나 나올 테니 접어두고. 이 책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감상을 끝줄에.
영국의 작은 농가에 대한 묘사들을 읽으면서 특별하고 섬세하고 아름답다, 영국 농가란 좋은 곳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게이먼이 영국인이기 때문일 것이고. 내가 그만큼 특별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서술을 하고 싶다면 나는 영국 농가를 소재로 삼을 게 아니라 게이먼이 그에 대해 아는 만큼 내가 매우 잘 아는 것을 소재로 삼아야 하겠지. 영미소설을 읽고 자라 그 쪽 배경과 시대물을 좋아하고, 커뮤캐도 대부분 서구 쪽으로 만들고 첫 오리지날 스토리도 미국 배경으로 그렸지만, 진정한 리얼리티를 내 작품에서 구현하고 싶다면 정말 내가 잘 아는(상상력을 통해서 잘 알든 실제경험을 통해서 잘 알든) 것을 손에 쥐어야 하지 않겠나, 요즘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무엇을 그려낼 수 있는 사람인가를 이 책을 통해 반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