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동생이 사오더니 자기한테 무척 도움이 되었다며 권한 책. 책상에 억지로 올려두고 간 걸 한참 뒀다가 잠이 안 오는 밤에 잡았다. 요란벅적한 겉표지를 벗겨둔 탓에 역자후기가 나올 때까지 드 보통의 책인 줄 모르고 읽었다ㅋㅋ 한없이 나오는 예시와 인용에 감탄하고 있었더니만 역시나.

드 보통은 불안의 원인을

  1. 사랑결핍
    : 사랑-타인의 주목/관심/공감-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한다
  2. 속물근성
    :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침, 이로 인해 사회적 지위가 없는 사람은 무시와 외면을 당한다
  3. 기대
    : 물질적 문명의 발달로 궁핍은 줄어들었으나, 평등의 가능성이 열린 사회로 인해 오히려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채우기가 힘들어졌다
  4. 능력주의
    : 능력 위주로 돌아가는 현 사회에서 가난은 실패의 증거. 가난이라는 고통에 수치라는 모욕까지 받아야 한다
  5. 불확실성
    : 재능도 운도 고용주도 세계경제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보장되지 않는 자신의 지위와 미래를 끊임없이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과거 사람들이 불안을 해소한 길을 철학/예술/정치/기독교/보헤미아에서 찾는데 이건 요약이 만만치 않아서 생략한다. 읽으면서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부분을 소개하는 데만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기도 하고.

  1. 이상적인 세계에서라면 이렇게 남들의 반응에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시를 당하든 주목을 받든, 칭찬을 받든 조롱을 당하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누가 엉터리로 우리를 칭찬하는 소리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자신의 가치를 판단하여, 다른 사람이 우리가 못났다고 넌지시 암시한다 해도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우리 자신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나라는 사람에 대하여 아주 다양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2.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3. “이 세계에서 자존심은 전적으로 자신이 무엇이 되도록 또 무슨 일을 하도록 스스로를 밀어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상상하는 자기 자신의 잠재력에 대한 실제 성취 비율에 의해 결정된다.” -윌리엄 제임스, 그리고 그의 방정식: 자존심=이룬 것/내세운 것
  4. 불안은 현대의 야망의 하녀다.
  5. “세상은 장점 자체보다는 장점의 표시에 보답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라로슈푸코
  6. 상자를 하나 떠올리면 좋을 것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다른 사람들의 인식은 모두 이 상자에 먼저 들어가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만일 그것이 참이라면 더 강한 힘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만일 거짓이라면, 웃음을 터뜨리거나 어깨를 으쓱하고 털어버리는 것으로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주지 못하고 사라져 버린다. 철학자들은 이 상자를 ‘이성’이라고 불렀다.
  7.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피상적이고 하찮다는 것, 그들의 시야가 편협하다는 것, 그들의 감정이 지질하다는 것, 그들의 의견이 빙퉁그러졌다는 것, 그들의 잘못이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점차 그들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들을 필요 이상으로 존중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명불허전 쇼펜하우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모든 질책은 그것이 과녁에 적중하는 만큼만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이 어떤 질책을 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자신만만하게 그런 질책을 경멸할 수 있으며 또 실제로 그렇게 한다.” -역시 쇼펜하우어
  9. 비극을 본 관객은 훌륭한 삶을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앞에서 슬픔을 느끼고, 그 일에서 실패한 사람들 앞에서 겸손해진다.
  10. 플로베르에게 예술은 조악한 도덕주의의 정반대 자리에 서 있는 것이었다. 예술은 인간의 동기와 행동을 깊이 탐사하는 영역이고, 이 영역에서는 어떤 사람을 성자나 죄인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조롱했다.
  11. 마음이 상냥한 만화가들은 지위로 인한 우리의 근심을 보고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 아니라 놀린다. 그들은 우리가 기본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를 비판한다.
  12. 우리는 어떤 것을 이루고 소유하면 지속적인 만족이 보장될 것이라고 믿고 싶어한다. 행복의 가파른 절벽을 다 기어올라가면 넓고 높은 고원에서 계속 살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고 싶어한다. 정상에 오르면 곧 불안과 욕망이 뒤엉키는 새로운 저지대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고 말해주는 사람은 드물다.
  13. 우리는 어떤 직업이 주는 매력도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 직업에 포함된 많은 것이 편집되고 오직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14. “이반 일리치가 일에서 얻는 기쁨은 자만심이 주는 기쁨이었다. 사교에서 얻는 기쁨은 허영이 주는 기쁨이었다. 반면 카드로 휘스트 놀이를 하면서 얻는 기쁨이야말로 진짜 기쁨이었다.”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15. 짧은 인생을 허비했다는 느낌은 주위 사람들이 사랑한 것은 그의 지위이지, 그의 진짜 약한 자아는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더 강해졌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 대한 언급)
  16.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눈앞에 다가온 죽음을 기다릴 때 우리는 우리의 지위를 조건으로 우리를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격분한다. 그들이 냉혹하게 유혹의 책략을 썼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들에게 유혹을 당할 만큼 허영심이 컸다는 사실에도 화가 난다.

이 책에는 도입부도 맺음말도 없기 때문에 그 부분은 알아서 채워야 한다. 냅다 지위에 대해서 얘기를 시작했을 때는 당황했고, 보헤미아에 대한 마지막 문단에서 바로 역자후기가 나왔을 때 또 한 번 당황했지만, 이렇게 감상글(을 빙자한 좋았던 부분 메모포스팅)을 쓰고 있자니 결말도 마음 속에서 알아서 맺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