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즈언니가 추천해 주셔서 산 책. 추천트윗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몽테뉴덕질책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너무 생략)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그거임. 몽테뉴의 사상과 인생에 대한 덕질 95%+몽테뉴에 대한 이론들에 대한 반박 5%. 이 정도로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덕질이라면 할 말이 없지.
몽테뉴의 사상에 흥미가 있어서 일전에 수상록 완역본을 샀다가, 너무 문장이 머리에 안 들어와서 번역 탓을 하며 두 챕터만에 집어치운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읽어보니 수상록은 원래 그런 책인 게 맞는 듯. 에세이의 제목과 본문을 연관지으려고 하면 안되고, 순간적인 아이디어에 둥둥 실려가는 식으로 읽어야 하나 보다. 요즘 같으면 블로그로 몇 마디 써서 포스팅해 두고선 댓글을 몇십 개 달아가며 여담을 가지쳐 가는 느낌이 아닐까.
수상록(이 책에서는 [에세]라고 소개)에 대한 논박도, 몽테뉴의 인생에 대한 서술도 흥미롭게 읽었다. 그리고 몽테뉴와는 크게 상관없지만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 대학살은 개인적으로, 인간은 누구나 비이성적인 광기에 휩싸일 수 있고 나도 그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언제나 나를 무섭게 만드는 주제이기에,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앙리 4세가 이런 경로를 밟아 왕위에 올랐다는 것과 앙리 3세가 이렇게 멍청한 왕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몽테뉴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낀다면 기꺼이 추천할 만한 책. 몽테뉴도 베이크웰도 삐딱한 개그센스가 있어서 읽기 재미있다.
-사람은 잘난 체하고 싶거나, 개인적인 이익을 얻고 싶거나, 인생에 대해서 생각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저 바쁘게 움직이고 싶을 때 어떤 일에 끼어든다.
-일단 말하고 행동한 다음에는 자신에 대해서 말해봐야 손해만 본다. 자기 자신을 비판한 글은 그대로 인정받고, 자화자찬은 의심받는다.
-(몽테뉴의 여행기에 대해서) 스위스나 독일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는 이 나라 영토에 대한 찬사, 특히 설계가 잘 된 스위스제 난로에 대한 찬사밖에는 없다.
절반 분량에 책갈피를 꽂아놓고 한 달 동안 손을 못 대던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독서스터디에 감사드리며, 다음에는 정말 끝까지 읽고 싶지만 아직 다 못 읽은 [정의란 무엇인가] 완독에 도전해야겠다(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이 낚시임. 책 내용으로 보자면 What is justice?는 [무엇이 정의인가?]라고 번역했어야 했다. 그래서 혼란한 시대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하던 무수한 독자들이 낚였잖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