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일부러 늦게까지 붙잡고 읽은 게 얼마만이냐. 우와…
나중에 독후감에 붙여넣을 요량으로 트위터에 인상적인 구절을 좀 기록했지만, 읽다 보니 기록하려고 타이핑하는 게 읽어내려가는 흐름에 너무 방해돼서 빨간 밑줄로 타협하고 끝까지 쭉 읽음. 한두 달 전에 발췌독했을 때는 그냥 다른 시나리오를 다 까는 책인가 라는 인상으로 덮어뒀는데 이번에 처음부터 다시 읽으니 내용이 잘 들어와서 놀랐다.
시나리오를 팔기 위해, 제작자가 시나리오를 검토하다 집어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게 만들기 위해, 라는 실제적인 목표가 인상적. 느낌표와 물음표를 많이 쓰는 미국식 조크가 [스탠 리의 코믹스 기법]을 연상케 하지만 스탠 리의 글보다 읽기 쉽고(당연) 더 유익함(유익의 방향이 애초에 다른 책들이지만). 퇴고에 대한 부분은 본문에도 (대단하다고) 언급되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상당부분 겹침. 같이 읽으면 좋을 듯.
모든 작법서가 그렇듯이 여기서 제시하는 100가지의 기법을 모두 지킨다고 해서 재미있고 매력적이고 흥행돌풍을 일으킬 시나리오가 나오는 건 아니겠으나. 시나리오를 쓰다 막힐 때 펼쳐볼 만한 책이었다.
빨간 밑줄 중 몇 개>
- 누군가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는지 아닌지 아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딱 이 두 가지뿐, 그 외에는 예의상 하는 말이다.
① 수표. 확실하다.
② 당신의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에게 전해 준다. - 영화는 실망의 산업이다.
영화판도 그렇군여 - “인생을 바꿀 시나리오를 써라. 그것을 팔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당신의 인생은 바뀌었을 것이다.” ㅡ존 트루비
(이 기분 알지) - 영화 산업 안으로 들어온 것이 당신과 글쓰기가 맺은 근본적인 관계를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맞는 말이야) - (주인공에게 있어) 위험은 처음부터 높고 시간이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 여러분의 시나리오는 배우를 낚는 미끼이기 때문이다. 물론 주인공에 특급스타를 캐스팅하는 일에 더 관심이 가겠지만 피자 배달부도 캐스팅해야만 한다. 피자 배달부의 대사가 재미있고 개성 있다면 이 역에도 훌륭한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다.
- (뛰어난 어느 시나리오라이터의 경우) 특정 지역 출신, 예컨대 노바스코샤에서 온 사람에 대해 극을 쓴다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서 노바스코샤에 연고가 있는 사람을 찾아서, 그 사람에게 녹음기와 테이프 몇 상자를 보낸 뒤 저녁 식사 장면을 녹음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야기 주제는 상관하지 않고, 언어의 사용, 말의 리듬, 말하는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에 관심을 둔다. 결과는 딱 들어맞도록 정확하다.
- 모든 사람의 초고는 엉터리다.
- 독자는 여덟 개 정도의 이름을 외운다. 그 이상은 어렵다.
- “나는 쓴다. 나는 읽는다. 글처럼 읽힌다면, 난 다시 쓸 것이다.” ㅡ엘모어 레너드
- 훌륭하게 쓴 시작 열 페이지=생명줄.
평범한 시작 열 페이지=나병의 고통, 눈에 뿌린 황산, 지옥불에 던져진 내장. - 청중 속의 여자는 놀랐던 것이다. 자신의 시나리오를 읽어줘야 할 사람이 어디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 년 넘게 시나리오를 써 왔기 때문에.
틀렸다.
읽어줄 사람은 없다. 아무도. 아무도! - “초보자만큼 거만한 사람도 없다.” ㅡ엘리자베스 애슐리
- “몰라서 그랬다고 충분히 설명되는 일을 악의의 탓으로 돌리지 마라.” ㅡ핸론의 면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