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병원은 ㅇ안과. 강남의 공장병원 다 꺼져 우리 병원이 최고임 하는 원장선생님의 패왕색ㅋㅋㅋㅋ이 믿음직스러워서+간호사 분들이 친절하셔서 이리로 결정했다. 나보다 훨씬 신중하게 병원을 선택한(그리고 너무 신중한 나머지 아직 수술도 안 한) 동생이 골라준 또 한 군데도 갔었는데 의사선생님은 더할나위없이 믿음직스러웠지만 간호사 분들이랄지가 쫌 그렇더라…병원의 신뢰도에는 이런 부분도 영향을 끼친다는 걸 처음 느꼈다.
지각한 환자는 수술 후에 눈에 넣을 안약들에 대한 설명을 먼저 받았다. 화요일 2시 이후에 보호렌즈 빼러 오시라고 할 때는 금요일에 수술받아서 월요일에 출근하는 사람도 많다면서요! 하고 카운터 엎을 뻔했음. 월요일부터 마감 들어갈 수 있을까 내심 기대했었기 때문에ㅋㅋㅋ 아오ㅋㅋㅋㅋ
시력검사를 한 번 더 받고(시력 변함없음),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원래 조금 차이가 있는(나는 왼쪽 눈이 조금 더 밝게 보였다) 것이므로 수술 후에 깨닫고 당황해하지 말라, 정신건강상 좋지 아니하다는 친절한 원장님의 말씀 후 하늘색 환자복을 덧입고 수술실에 입장했다.
(여기서 생각났는데 뭔가 라섹 받으면 안되는 아 뭐라는 네 글자짜리 테스트도 해봤어야 되는 거 아닌가? 처음 눈검사하러 갔을 때 이미 했나? 나중에 전화문의해봐야겠다)
수술대는 뭐 정육점 철판처럼 생기진 않았고 일단 쿠션감 있는 의자스럽긴 한데 졸 불편했다…내가 좀 근골이 거한 편이지만+눈을 수평으로 하기 위해 그걸 감안해도 절대 안락한 의자는 아님. 완전 좁아서 백화점 마네킹을 눕혀놔야 그나마 허리랑 어깨가 쏙 들어가겠음. 나 다음 수술한 분이 남자분이었는데 몸을 반은 구겨넣으셨을 거 같다.
마취약 넣고서 눈 감고 한 5~10분은 누워있었던 것 같음. 옆에선 기계가 정비하느라 따다다다다다다다다 하는 비명을 지르고, 내가 워낙 이런 데 생각이 없이 하라는 대로 하는 성격이라 태평했는데 예민한 사람이면 겁낼 거 같음. 안정하고 있으라고 하얀 곰인형도 안겨주심ㅋㅋㅋ 곰인형이 사람 손 제법 탔을 텐데 깨끗했음. 세탁을 자주 해주나 보다(아니면 막 요일별로 곰이 있다거나) 이런 생각이나 하면서 누워서 기다렸음. 중간에 기계 아래 들어가서 빨간 지시등 보셔야 한다는 주의사항도 듣고, 접착제가 붙은 부직포재질인 듯한 가면을 얼굴에 붙이고(이거 접착제 넘 쎄더라) 또 5분쯤 더 기다림. 드디어 기계 준비가 다 됐는지 선생님 손씻는 소리(약사들이 하듯이 손가락 사이사이 빡빡 씻고 손금 사이 씻고 하는)가 들리고 수술대 아래로 의자가 싸악 밀려들어감.
왼눈부터 시작함. 눈꺼풀에 테이프 붙여서 올리고, 그 뭐더라 명칭이 있었는데…큐 뭐라고 하지 않나? 여튼 집게 같은 걸로 콱 벌리고 눈을 촥촥 씻은 다음 눈 앞에 뭐가 홱홱 지나가고(아마 상피세포를 약으로 닦아낸 다음 물로 헹구는 과정이었던 듯. 눈알에 뭐가 계속 닿았는데 닿는 감촉만 나고, 눈을 감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은 안 들었음) 빨간 불 보고 계세요~ 하면서 옆에서 10초 단위로 남은 시간을 세어줬음. 레이저 쏘는 동안에도 눈에는 아무 느낌이 없었음. 그 다음 (아마 레이저로 뜨거워진 눈도 식힐 겸 각막 깎아낸 것도 헹궈낼 겸) 또 물을 촥촥 눈알에 끼얹어서 씻고 닦아내고 치료용 렌즈 씌우고, 오른쪽도 마찬가지로 반복. 이 동안 계속 잘 하고 있습니다 라든가 물 많이 끼얹어야 빨리 나아요 라든가 등등 계속 말을 걸어주셔서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많이 애쓰시는구나 싶었음.
양쪽 다 치료용 렌즈 씌우고서 휴식실로 안내받아서 벌렁 드러누워(전기담요를 약하게 켜놨더라) 동생이 올 때까지 쉬었음. 쉬는 동안에 간간이 눈을 떠봤는데 확실히 수술 전보다는 잘 보였지만 좀 상이 흐릿했다. 이삼십분 후에 동생이 와서 일어나고 다시 한 번 주의사항 들음. 눈이 커서 치료용 렌즈가 훌렁 빠질 수 있으니까 반드시 실눈뜨고 다녀라(날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눈이 큰 것과 미모에는 아무 상관관계도 없음 아 쓰면서도 슬프다…) 눈 세게 뜨거나 세게 감지 말라, 눈은 감고 있을수록 빨리 낫고 안 뜨면 아프지도 않다는 등. 카운터에서 세수 대신 쓸 눈 소독거즈를 5천원에 사고(안약도 주는데 이런 건 좀 공짜로 주지…) 택시타고 돌아옴.
많이 배고팠는데 동생이 브로콜리간장스파게티를 해줘서 맛있게 먹고, 넣으라는 약은 다 넣고 방에서 뒹굴뒹굴. 말 그대로 뒹굴뒹굴뒹굴뒹굴…낮에 두 시간쯤 자고 밤엔 10시부터 잤나? 유혹하는 글쓰기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시간을 죽임. 블라인드 치고 불은 제일 약하게 하나 켜놓고 선글라스 쓰고 앉아있으니 뱀파이어가 따로 없음.ㅋㅋㅋ 저녁 때부터 눈이 시리고 아릴 수 있다는 주의사항이 있었으나 운좋게도 눈은 밤에 잠들 때까지 전혀 아프지 않았음.
올려놓고 보니 뭐하러 수술과정을 열심히 썼는지 모르겠음. 어차피 닥쳐보면 다 알게 되는 건데..() 지울까 하다가 이왕 썼으니까 남겨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