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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이 없는 포스팅은 뭔가 어색해서 O비자 승인되던 시점의 내 작은 방이라도. 이 때는 취직한 상태여서 방에 오래 있지 않으니까 이렇게 좁게 지내도 괜찮았던 것 같다.)

*면책조항: 본 포스팅은 일체의 법률적 효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어디까지나 저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공유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본인의 비자 케이스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 변호사의 의견을 물으시기 바랍니다.

학교에서 신세진 교수님께서 연락을 하시더니, 지금 조교로 수업을 도와주고 있는 학생이 유학생인데 O비자에 대해 감을 못 잡아서 힘든 것 같다며 내게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오셨다. 동문의 비자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지라 물론 좋다고 해서 본인에게서 메일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답장을 꽤 길게 쓴 게 아까워 영어로 쓴 것을 번역해서 여기도 공유해 볼까 한다.

O비자가 왜 그렇게 그림 관련 업계의 유학생들에게 중요한가…는 나중에 작성할 O비자에 대한 포스팅에서 다루기로 한다. 작성중인데 어지간해선 안 끝나네;


(인삿말 전략)

그럼 바로 대답 쭉 드릴게요.

1) 오비자 설명에 이것저것 멋진 말 붙는 건 무시해도 됩니다. “the beneficiary has performed, and will perform, services as a lead or starring participant in productions or events…”에서 중요직책이어야 한다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어느 직책도 중요직책일 수 있기 때문에, 이건 그냥 “번듯한 프로젝트에서 프로로서 일했으며 앞으로도 일할 것임”이라는 얘기입니다.

2) 출판물을 어떻게 했는가…저는 아트센터에 오기 전에 프로 만화가로 일하며 만화책을 여러 권 출판해서요. 베스트셀러는 아니었지만 O비자를 받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상이라면 음…저는 그냥 Creative Quarterly Art Competition과 Illustration West에서 차점자(runner-up)로 상장을 받은 정도입니다.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CTNX 스폰서쉽도 받긴 했는데, 이건 학생에게 주어지는 장학금 같은 거라서 비자에는 도움이 안됐어요.
2)-1. 상에 대해 덧붙이자면, 사실 비자 심사관들은 업계를 모르거든요. 꼭 심사관들이라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우리는 자기 전문분야가 아니면 그렇게 잘 알지 못하잖아요. 예를 들어 미국 아동문학에서는 뉴베리상이 엄청나게 중요한 상이지만 그 분야에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신문에서 본 듯…안 본 듯…밖에 안되지요. 일러스트업계에서도 소사이어티 오브 일러스트레이터 뉴욕(주: 세계적인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중 하나)에서 상을 받는다면 개인적으로 정말 근사한 성취겠지만, 일반인들은 소사이어티 오브 일러스트레이터 뉴욕과 엘에이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할 거예요(주: 소사이어티 오브 일러스트레이터 엘에이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그러니 상의 규모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고 그냥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두면 됩니다.
2)-2. 학생으로서 받는 게 도움이 안된다는 얘긴, O비자의 용도 자체가 미국의 산업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인재들이 실제로 보탬되는 일을 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생으로서의 성취는 기껏해야 학생이 한 일, 아무리 대단하대도 프로만큼 미국에 보탬이 된다고 보지 않는 거죠. 따라서 비자신청패키지에 넣는 내용은 전부 프로로서 성취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 디즈니 스폰서쉽이 무려 디즈니에서 나왔다고 해도 제 비자 케이스에는 도움이 안됐던 거예요.

3) 유학생이 졸업하자마자 비자를 받을 수 있는 방법:
어디, 이건 긴 얘기가 되겠지만 최대한 간단히 해볼게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O비자는 미국에 이득을 가져다줄 외국인 인재들을 위한 건데요. 그말인즉슨 비자 심사관들에게 쩌는 프로로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역시 아까 말한 대로, 비자 심사관들은 업계를 모릅니다. 신청자의 미국 주재가 미국에 이득이 될지 애니메이션 포트폴리오를 보고 판단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심사관들은 공식적인 성취를 기반으로 비자를 심사하고자,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상장, 출판물, 인터뷰, 상업적 성공 등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지요.
그러니 전략은 “학교에 있는 동안 최대한의 프로 경력을 쌓을 것”. 그리고 유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1년 OPT가 주어지니까, 여기에 “OPT 동안 최대한의 프로 경력을 쌓을 것”을 추가할게요. 여기 들어가는 걸로는…

a. 프로로서 일하기(에디토리얼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어디건)
b. 프로로서 상 받기(절대로 공모전에 출품할 때 학생 카테고리에 넣지 말란 소립니다)
c. 인터뷰 따기(신문, 잡지, TV 어디든)
d. 포트폴리오를 든든히 해서 OPT가 끝나기 전에 취직제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d는 엄밀히 말해 O비자 필요조건은 아닌데 넣었어요. 사실 이게 없으면 비자 승인이 안 나거든요. O비자를 승인받으려면 풀타임이든 프리랜스든 앞으로 미국에서 해야 할 일 리스트(work itinerary)를 제출하는 게 필수입니다. 비자 심사관의 시각으로 한 번 볼까요. 미국의 이득을 위해 할 일이 있고, 그걸 위해서 미국에 거주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그 사람들은 비자를 승인해줄 필요가 없어요. 미국에서 일을 할 게 아니라면 비자를 승인해서 미국에 남게 해줄 이유가 없죠.

(개인적 질의응답 중략)

5) 요약하자면 유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건
OPT기간(할 수만 있다면 학교 재적중)에 취직할 수 있도록 열작업
실제로 OPT기간에 취업(프리랜스할 일 리스트로 대체가능)
수상, 인터뷰, 출판 등 공신력있는 성취를 이룰 것

이 3가지입니다.

(인삿말 후략)


미국에서 일하기 위해 온 유학생은 학업 위에 비자를 위한 추가준비까지 얹혀서 유학이 더 힘들기 일쑤라, 적어도 비자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없애고 구체적인 불안으로 대체하도록(불안이 없을 수는 없음ㅜ) 돕고 싶어서 열심히 적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겠지…당사자가 부딪쳐보지 않으면 모르는 성질의 일인 것 같다, 비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