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월에 포스팅한 유학후기가 사라졌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한 줄로 설명하자면, 서버 관리중의 멍청한 실수로 이 블로그 데이터가 11월 백업분으로 롤백돼 버렸다.
:)
:’)
초안은 노션에 저장돼 있긴 한데 손을 많이 봐야 하고, 정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일념 하에 너무 빼곡하게 써서 다시 읽어보니 영 여유가 안 느껴지기도 했던지라, 이 기회에 좀 더 잘게 나눠서 조금씩 다시 써볼까 한다.
아…벌써 귀찮아졌다…
힘내자…!
자기소개부터 다시 시작하자면, 이전 필명은 타파리, 현 필명 및 미국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이름은 햇조(모자의 hat과 같은 발음 맞음). 2005년말에 만화가로 데뷔, 일본 미디어팩토리의 코믹플래퍼, 대원 영챔프, 코믹챔프(현 챔프D), 학산 코믹콘서트 등 잡지연재 위주로 활동했다. 라기보다 그 때는 그냥 웹툰이 없었다. 코믹챔프 연재작인 세실고 1학기가 네이버에 게재를 시작하면서 웹툰작가란 타이틀도 가끔 붙긴 했는데 내게는 잘못 산 옷처럼 어색한 타이틀이다.
어쩌다 보니 원안이 있는 작품 위주로 작업을 많이 했다. 만화각색과 작화를 담당한 신족가족은 일본 라이트노벨이 원작, 각색과 콘티 담당이었던 바람의 화원은 소설이 원작, 콘티와 작화 담당인 세실고도 원안 소설을 먼저 접했다. 원안을 만화 형태로 소화하는 일이 주로 들어온 걸 보니 내 능력치는 그림보다 그 쪽에 더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림은 그 뭐냐, 콘티짜는 게 재미있어서 짜긴 했는데 마감을 하려면 그려야 하니까 죽어라 그리는 사이에 별수없이 늘게 된 것 같은? 원래 없던 능력이지만 어떻게든 짜내서 흉내는 낼 수 있게 된 것 같은? 그 정도의 고만고만한 실력이었다고 본다.
그런데 왜 그 능력을 살리지 않고 그림을 배우겠다, 그것도 미국으로 가버리겠다고 나선 것인가 하면. 원안 각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작업과정 중 가장 좋아하고 자신있었던 양면페이지 위주 템포끊기 연출이 국내 만화계가 스크롤웹툰 위주로 돌아가게 되면서 점점 필요없어지게 되기도 했고, 흉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진짜배기 그림(이라는 허황된 이미지를 목표로 삼으면 인생이 힘들어집니다)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오랫동안 있었고, 격주간 연재와 격월간 연재를 3년간 동시에 했더니 아주 사람이 살아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이대로 연재를 더 하면 제 명에 못 죽겠다 싶기도 했고, 그렇게 힘들었어도 수입은 고만고만해서 장래가 무섭기도 했고, 코믹콘서트에서 시티오브플라워를 연재하면서 스토리가 술술 나오지 않는 것이 너무 힘들었어서 만화가로서 살아가기엔 재능이 부족한 걸까 두렵기도 했고, 그림 취향은 점점 그래픽 스타일로 바뀌어가는데 만화를 계속 그리다간 영영 내가 좋아하는 대로 그릴 수 없을 것 같기도 했고…적자면 끝도 없다. 이유가 너무 많고 또 다양해서 누가 물어보면 무슨 대답을 제일 먼저 해야 하나 헤매는 시간이 길다. 그런데 지금 쭉 적어보니 이유들의 공통점은 두려움과 욕심, 이 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 같다. 이제까지처럼 사는 게 두려우면서 동시에 아주 새로운 것을 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유학이 정말로 현실화된 계기를 꼽자면 그래픽 노블 계약 파기 후(이 때 파기된 걸 학산에서 구제해 주신 것이 시티오브플라워다) 넋이 나가 쓰러져 있을 때, 어머니께서 저저 만화 말고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인간이 저러고 있으니 어찌 거둬야 하나…라는 심정을 담아 말씀하신 “너 그, 전에 말한 유학이라도 갈래? 가면 영어라도 건지지 않겠니?”였을 것이다. 유학을 실제로 떠나는 건 그 후 3년이 지나서였지만, 그 말 한 마디 하신 것 때문에 이후 내 유학비용을 엄청나게 도와주시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그 말씀을 후회하지 않으셨기를 바랄 뿐이다.
여기까지 쓰고 작년말에 썼던 초안과 비교해 보니 대충 비슷한 소리를 하고 있지만 흐름이 굉장히 다르군. 지금 쓰는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좀더 솔직하고 수다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초안에서 이 부분은 가져오고 싶다. 사실 유학에 대해 긴 글을 쓰는 것을 오랫동안 망설여왔다는 부분인데, 자칫 자랑으로 보일까 무섭고, 또 유학에 대해 시시콜콜한 질문공세를 받는 것이 피로해서였다(경험있음). 그런데 작년말에 구글 UX엔지니어분의 구글 면접과정 포스팅을 읽고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어딘가의 누군가를 격려할 수 있다는 것임을 느껴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거 쓰다가 다시 링크 가보니 그 포스팅이 삭제돼 있더라구요.
…:)…
저도 언젠가 이 포스팅들을 비공개로 돌릴지도 모르지만 놀라지 마시기.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글은 아마 입학 포트폴리오를 무슨 수로 만들었나에 대해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