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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7개월만의 포스팅이다.

이번 이사는 SNS의 번다함에 지쳐 가끔은 조용히 블로그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 데서 시작되었다. 마침 보유한 도메인들도 슬슬 만기가 백며칠 앞으로 다가와, 명함에 올려놓은 도메인 외에는 정리하고 이 블로그는 그 도메인의 서브도메인을 부여하기로 한 것뿐이지만 그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Vultr에서 가상서버로 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데, Vultr는 서브도메인을 추가하려고 하면 에러가 나서 그걸 감안하고 워드프레스 홈을 두 개 굴리는 방도를 찾아 밤늦게까지 삽질하다가 cname만 부여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알고 허탈! 그 후로는 일사천리로 도메인을 세팅하고 블로그를 별도 폴더에 세팅해 공사를 완료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엔 티가 안 난다…홈페이지 이전이란 그런 것이다…

About 페이지를 정리하면서 홈페이지는 2000년, 이글루는 2003년 혹은 그 이전에 시작했다는 걸 발견했다(이 블로그에 백업된 가장 옛날 글이 2004년 신년인사글이다. 그러니 그 전에도 했겠지). 그 후로 15년, 18년이 가볍게 흘렀다니 와…세월 뭐냐. 이런저런 면에서 강산이 많이도 변했다.

  • 신기술 블로그들. 워드프레스의 무거움을 피하고 싶어서, 하지만 대부분의 가입형블로그가 싫어서(티스토리의 끔찍한 에디터 및 지저분한 이미지파일명과 네이버블로그의 못생긴 디자인은 저주에 가깝고 해외블로그서비스들은 제한이 너무 많다) 가벼운 블로그를 검색했는데 Jekyll이니 Ghost니 하는 마크다운 문법/무설치형식의 블로그들이 막 나와있어서 기함했다. 아니 이건 다 뭐야 신세계…하지만 30분 찾아보고 이것까지 공부할 여력은 없어서 포기.
  • 인스타그램/트위터/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는 것이 일상화되면서 블로그, 특히 설치형 블로그는 어지간한 열정이나 욕심 아니면 선택하지 않을 옵션이 되었다. SNS를 통한 소통이 블로그 소통에 비해 압도적으로 빨라서, 이제는 블로그포스팅도 SNS로 알리고 소식을 받는 것이 과연 요즘 누가 쓰는지 궁금한 RSS리더 서비스보다 유리해 보인다.
  • 비주얼 위주의 SNS시대와 스마트폰 판매경쟁의 조합으로 폰카메라의 사진퀄이 엄청나게 높아지면서 디카라는 존재가 일상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사진을 백업하는 데에도 대용량홈페이지나 무료블로그서비스는 이제 필수가 아니다. 구글포토에 다 올려버리면 된다.
  • 기술발전은 그림쟁이들에게도 많이 다른 환경을 제공해, 2013년에 갤노트8.0과 S펜을 가지고 바깥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낑낑대던 나는 이제 아이패드프로와 애플펜슬, iOS용 클립스튜디오, 8bitdo zero를 가지고 가뿐하게 큰 스크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 집안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평생 같이 살 것 같던 가족들도 자기 인생을 찾아 분가하고 해외로 나가고, 제각각 나이를 먹어간다.
  • 나는 미국에 와서 이제 학업까지 마쳤다. 아직 젊은 건 맞는데 팔팔한 젊은이라고 하면 좀 어색한 어중간한 나이가 되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조금 무뎌졌다. 무뎌지지 않으면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자신을 24시간 견딜 수 없을 테니까 좋은 방향으로 발전한 셈이다.
  • SNS에 찌들어 정돈된 긴 글을 쓰는 습관을 많이 잃었고 대신 그림은 많이 늘었는데, 그림 퀄리티가 좋아졌다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마인드셋이 굉장히 달라졌다. 디자인학교에서 3년 구르는 건 어쨌든 메리트가 있다.

대충 이렇게 지내고 있다.

졸업하고 짬이 나면 학교생활에 대해 많이 포스팅해야겠다고 졸전에 지친 와중에 자주 생각했지만, 막상 졸업하고 보니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하고 건강과 정신을 가다듬는 데 바빠서 학교생활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나중에 할 마음이 들 때 하자.

오늘의 포스팅은 이걸로 끝 :)

테마를 바꿨더니 피처이미지가 없으면 안 예뻐서 최근에 찍은 사진을 걍 넣었다. 친구들과 지인분들께 받은 작은 선물들 모음장. 연두색 공룡유니콘이 자빠지는 바람에 출연기회를 놓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