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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3을 영입할 때 좋은 것 샀으니까 5년 쓰는 게 목표! 라고 야심차게 적었거늘 10개월만에 기변하니 멋적은걸…GF3도 무척 좋은 카메라였다. 특히 20.7 렌즈를 물리니까 정말 사진이 좋았다. 다만 내게 지름신이 내렸을 뿐이야…흑흑. 조작다이얼을 직접 돌리는 게 좋다느니 금속성 디자인이 취향이라느니 하는 것도 그냥 지름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이야! /오열

여하튼.

오늘은 22개월 된 조카 사진을 찍느라 AF가 빠른 14.5를 들고 나갔다. 포럼의 사진에서 보던 팁들이나 강좌내용이 와글와글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면서, 지난 달까지만 해도 AF 모드 바꾸는 법도 몰라 23영역 AF로만 해놓고(잘못 눌러서 1영역에서 이걸로 바꿔버렸었다) 찍었던 내가 이것저것 설정바꾸고 다이얼 돌리느라 바쁜 것이 스스로 신기했다.

초상권 문제로 오늘 찍은 사진 중에선 이것만:3

인물 사진을 영 못 찍는 게 오랫동안 컴플렉스였는데 오늘은 사람이 잘 나온 사진을 몇 장 건지는 데 성공했다. 정확히는 몇십 장이 망하고 몇 장이 괜찮고 그 와중에 한 장이 대박난 거지만, 이게 얼마나 뿌듯한지 종일 신이 나 있었다.
기술이 늘어서 찍는 데 자신감을 가진 덕도 있긴 한데, 기술을 익히는 와중에 깨달은 다른 분들의 마음가짐이 기술과 비등한 정도로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진과 닥치는 대로 읽은 사용기에서 배운 것은 사람을 찍을 때는 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보기 그럴듯한 사진을 찍겠다는 욕심과 사진을 찍는답시고 남에게 폐를 끼치고 있다는 죄책감, 내 경우에는 이것이 사진을 즐기는 것을 가로막았다.

만화가 그렇듯이 사진도 기술과 사랑이 발맞추어 가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거구나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는 사진의 기술도 일천한 주제에 좋은 결과물을 갖고 싶어서 대상의 마음과 내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프레임 안에 멋진 장면을 가두려고 안달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불과 얼마 전까지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다가 겨우 벗어났는데. 남들만큼 멋지게 그리고 싶고 멋지게 찍고 싶은데 손이 안 따라주니까 애꿎은 장비를 탓하며 업글에 업글을 거듭하는 초보자의 모습, 어느 게시판을 가나 흔하지 말입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그렇고.
안타깝게도 그림에서건 사진에서건 첨단장비에 의존하고 있지만ㅜ.ㅜ 모르던 걸 깨달은 지금은 그림도 사진도 뭔가 더 잘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비록 결과물이 계속 완벽하게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결과보다 과정이 중하다는 건 자주들 하는 얘기다. 나 말고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제작과정을 나와 나만의 비밀로 하는 즐거움은 보통이 아니다. 만화를 그리고 사진을 찍을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